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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의 면 단위 마을에서 살고 있다. 제주 4.3과 농촌지역 여성의 삶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제주여민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제주여민회의 성평등마을사업에 함께 하며 농촌지역의 부녀회장을 비롯한 부녀회 임원과 이장을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농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심각하게 기울어진 성별 대표성의 문제를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성별 대표성 문제는 오래된 이슈인데 농촌지역에서는 특히 그 격차가 크다.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여성농업인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국 농협의 여성 조합원 수는 34.2%, 여성 이사의 수는 12.6% 그리고 여성 조합장의 수는 1.1%(13명)이다. 선출된 마을의 대표인 이장의 경 sc상호저축은행대출 우, 여성 이장의 수치는 전국적으로 10% 남짓이다. 그런데 2024년 말 기준, 내가 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이장 172명 중 여성 이장은 달랑 1명이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수치다.

이전 현황을 찾아보니 2021년 제주도의 여성 이장은 5명(2.9%)이고 2023년은 2명(1.2%)이었다. 인구가 격감하는 농촌 지역, 의정부직장인밴드 성별 격차가 만연한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누가 농촌에 들어와 살려고 하겠나. 성평등한 농촌이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안전하고 행복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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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평등마을사업 프로그램 중


ⓒ 김연순




제주여민회 성평등마을사업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여민회는 2017년 '여 나티시스은행 성친화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제주여성 100인 원탁회의'를 열었는데 이때 제주에서 여성으로 살며 가장 큰 문제로 느끼는 점은 '일상화되어 거부할 수 없는 남성우월 풍습'으로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급한 방안으로는 '여성대표성 강화'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제주여민회는 마을공동체의 가장 기초단위인 리 단위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사장 결과, 마을에서 여성의 대표성은 매우 낮았고 이장, 개발(운영)위원회 등 주요 의사결정구조에서도 여성들이 배제되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2019년 마을에서 여성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성평등마을규약 표준조항을 마련하고 이를 공론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국여성농민회(전여농) 제주도연합과 함께 논의해 리 단위 마을과 연결하며 3개의 시범마을을 선정해 각 마을부녀회와 이장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성평등교육을 비롯해 몇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궁극적으로는 마을부녀회가 성평등 마을규약을 확정해 마을 총회에 상정하고 이를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성평등 마을규약의 핵심은 의결권과 선거권을 '1가구 1표'에서 '1인 1표'로 바꾸고, 마을의 임원조직(개발위원회 혹은 운영위원회)을 구성할 때 위촉직 위원 중 40% 이상을 여성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원하고 제주여민회, 전여농 제주도연합, 제주YWCA가 함께 하는 성평등마을사업에 2024년 말 현재까지 총 15개 마을이 참여했다. 대정읍 신도3리는 전국 최초로 성평등 마을규약을 마련해 1인 1표와 30% 여성 할당 규정을 통과시켰고, 한림읍 금악리는 마을규약을 개정해 마을 임원 구성의 성별이 50:50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신도3리 마을회는 2020년, 금악리 부녀회는 2024년 제주도 양성평등 디딤돌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성평등마을사업의 1단계는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며 마을 부녀회장과의 면담에서부터 시작된다. 농촌마을 부녀회원들의 일상은 농사, 가사노동, 육아, 집안대소사뿐 아니라 경로잔치, 체육대회 등 각종 마을 행사로 일이 넘쳐난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성평등한 마을'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필요성을 공감해야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부녀회는 '성평등'이라는 이슈에 대해 마을의 이장, 노인회 그리고 개발위원을 비롯한 "마을 임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까지를 걱정한다. 이 시작점이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두 번째 단계는 마을 이장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이장들은 대개 "성평등, 이만하면 다 된 거 아닌가?" 혹은 "요즘은 여자들이 남자 머리 꼭대기에 있는데 뭘" 이런 반응을 가장 많이 보인다. 구체적인 성별 격차 수치를 보여주고 성평등은 궁극적으로 함께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설득한다. 필요하니 함께 해보자고 간곡하게 요청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더 밀어붙이거나 혹은 물러난다면 성평등마을사업은 물 건너간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이장의 승낙을 받는다.
실제 A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사업에 공감한 부녀회 임원들과 함께 이장 및 개발위원들을 만났다. 이장은 "우리 마을은 개발위원회에 여자 숫자 몇 명 넣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어도 여자들이 하고 싶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으니 굳이 조항으로 넣을 필요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부녀회 임원들은 적극적이었다. "이장님은 언젠가는 바뀌고 현재 이장님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으니 이후를 위해서라도 여성 할당 수치를 마을규약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고 설득했다.
이렇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마을의 남성 임원들이 부녀회 임원들에게 반말로 하대하거나 지시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공동체로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경험이 부녀회 임원들을 사회적 관계로 대하기보다는 친인척 혹은 가족 내 관계에서 벌어지는 위계적인 관계로 대한다는 것이다.
아주 드문 사례이긴 한데 B 마을의 한 이장은 너무도 필요한 사업이라며 공감한다고 했다. 이장을 통해 부녀회장을 소개받아 만났는데 안타깝게도 다른 마을사업의 일정이 너무 많아 올해는 못하겠다며 내년을 기약하는 경우도 있다.
성평등마을사업, 일단 시작되면 마을이 들끓는다

성평등마을사업의 프로그램 중 하나는 성인지감수성 교육이다. 주로 참여식 교육으로 이루어지는데 강의를 통한 정보의 전달과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에 점수를 준다면', '내가 겪은 성차별 사례', '성평등마을을 위해 이것만은 꼭 하겠다' 같은 내용으로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놀랍게도 토론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  한라산 놀이패의 연극 [느영나영 혼디 만드는 성평등 제주] 공연 중


ⓒ 김연순












▲  성평등 이슈를 다룬 연극 보고 조별 토론하는 마을주민들


ⓒ 김연순




연극 <느영나영 혼디 만드는 성평등 제주>, 영화 <복순씨의 원데이클래스>, <자유연기> 등 여성 이슈를 담은 영화를 본 후 소감을 나눈다. 이어서 소감 지도 작업도 한다. 새롭게 알게 된 것,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실천해 보고 싶은 것을 토론하다 보면 참여한 마을 주민들의 생각과 바람이 그대로 드러난다. 토론의 장은 순식간에 뜨거워진다.

C 마을에서는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 개발위원회 등 마을주민 50여 명이 참여해 연극을 함께 보았다. 이후 토론하고 조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꼽은 문제가 있다. 바로 제주도 172명 이장 중 여성 이장이 1명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남성 주민들도 여성 이장의 필요성, 마을회 임원의 여성 할당제 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D 마을에서는 연극을 보고 장내 정리하는 동안 남성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고 여성들만 남았다. 여성들은 우리도 여성 이장 만들자,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부녀회'라는 용어 바꾸자, 청년회에 여성들도 들어가자, 마을 행사할 때 음식 준비는 뷔페로 하자는 등 목소리를 높이며 분기탱천한다. 장내의 분위기가 들끓는다.
E 마을에서는 부녀회원으로 온 동네 마을 일을 도맡아 해왔는데 마을규약을 살펴보니 본인은 마을회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몹시 억울하고 울화가 치민다고 한다. 부녀회 임원일 경우에만 마을회 회원으로 의결권과 선거권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마을규약은 당장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을의 현실에 맞게 단계별, 유형별 접근이 필요하다










▲  연극 보고 '소감 지도'에 의견을 부착하는 마을주민들


ⓒ 김연순




2024년 성평등마을사업은 기존의 두 개 마을과 신규 세 개 마을에서 진행되었다. 기존의 마을도, 신규 마을도 사업을 진행하기에 녹록지 않았지만 일단 하고 나면 변화는 일어난다. 참여식 성평등교육으로 성인지감수성을 키우고 토론의 기회를 통해 자기 발언을 할 기회를 갖는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마을규약을 상세히 들여다보며 바뀌어야 할 조항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연극과 영화를 보며 성평등한 마을에 대해 토론하고 미래를 꿈꾸게 된다. 한두 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을 두고 단계별로, 마을의 현실에 맞게 유형에 따라 접근해야만 한다.

제주여민회, 전여농 제주도연합, 제주YWCA 이렇게 세 개 NGO의 헌신적인 노력만으로 이 사업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이 사업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원하는 예산은 그야말로 미미한 게 현실이다. 제주도 여성 이장 달랑 1명, 제주특별자치도는 부끄러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