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시인


환장하게 아름다운 날이 있다. 특히 환장하게 아름다운 가을날 소리지를 수도 없고 이 맑고 아름다운 날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자중이 안 되는 날이 있다. 가을에 아름다운 것은 역시 억새다. 국화도 아름답지만 억새가 특히 가을을 그림처럼 만든다. 파란 하늘과 억새가 어울리는 풍경은 사람을 환장하게 몰입시킨다. 바람이 불어 억새가 서걱댈 때 그 하얀 억새꽃들은 바람길을 따라 살짝 눕는다. 그 억새꽃들을 쓰다듬고 싶다.
억새꽃이 핀 모습을 볼 때 비로소 가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게 바다이야기게임기 된다. 억새들은 환하게 서걱거리며 가을 시를 읊는다. 어떤 가락으로 가을을 노래하는지 그 노랫소리 귀 기울여 듣고 싶다.
황동규 시인의 '이 환장하게 환한 가을날'에서 시적 화자는 화왕산의 억새들의 환한 소리를 생각한다. 억새꽃이 핀 장관을 화왕산 등성이에서 본 사람은 환장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곧바로 이해하리라.
'온 황금성릴게임 몸으로 서걱대다 저도 모르게/ 속까지 다 꺼내놓고/ 다 같이 귀 가늘게 멀어 서걱대고 있으리.' 서로 스치면서 소리를 낼 때 서걱댄다고 한다.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자신만의 온전한 영역만을 고집할 때 서걱대는 소리는 참을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러나 서로 스치며 부비고 살다 보면 '속까지 다 꺼내놓고', '다 같이 귀 가늘게 멀어 서걱대고 있'게 된다. ' 야마토게임하기 귀 가늘게 멀어'의 이 시구가 삶의 한 측면을 받치고 있는 것 같다.
'귀 가늘게 멀어'가 '환한 중에도 환한 소리로 서걱대고 있'을 수 있는 조건이지 않을까. 물론 서로가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내 앞에서 내는 소리가, 스치는 것에 귀 쫑긋하고 예민할 때 서로는 환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환한 모습으로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조건 충족이 야마토게임장 있었을 것이다.
황동규의 '이 환장하게 환한 가을날'을 통해 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환한 것은 '타고난 명랑성이, 덜 예민함이, 주변의 배려가, 공동체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도 가끔은 못 들은 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예민한 사회에서는 모든 덫들이 릴게임사이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의도로 한 말도 왜곡이 일어난다. 서로의 촉수가 지나치게 살아있을 때, 참지 못한다. '귀 가늘게 멀어' 서로가 서걱대는 소리를 환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이것이 꿈만은 아니기를.
이 환장하게 환한 가을날
이 환장하게 환한 가을날 화왕산 억새들은환한 중에도 환한 소리로 서걱대고 있으리.온몸으로 서걱대다 저도 모르게속까지 다 꺼내놓고다 같이 귀 가늘게 멀어 서걱대고 있으리.
걷다 보면 낮달이 계속 뒤따라오고마른 개울 언저리에허투루 핀 꽃 없고새소리 하나도 묻어 있지 않은 바람 소리누군가 억새 속에서 환하게 웃는다.
내려가다 처음 만나는 집에 들러물 한 잔 청해 달게 마시고 한 번 달게 웃고금세 바투 몰려드는 무적(霧笛) 같은 어스름 속무서리 깔리는 산길을 마른 바위에 물 구르듯 내려가리.
-황동규 시집 「사는 기쁨」(2013, 문학과지성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