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젠지e스포츠 글로벌 전략·신사업 총괄 상무./이경탁 기자



프로게이머의 세계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끝없이 사라지는 99%의 인생이 있다. 이 현실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마음이 불편했다. 픽션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서사를 만들고 싶었다.

이승용(44) 젠지e스포츠 글로벌 전략·신사업 총괄 상무는 지난 20일 조선비즈와 서울 선정릉 한 카페에서 만나, 첫 장편소설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젠지e스포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e스포 릴게임모바일 츠 구단으로, 한국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정식 소속된 프로팀을 운영한다. LoL·배틀그라운드 등 다수 종목에서 활동하는 북미·아시아 기반 국제 구단이며, LCK에서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우승권 성적을 낸 팀이다.
이 상무는 스포츠에서 8년, e스포츠에서 8년을 보낸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연세대 유럽어 사이다쿨 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커네티컷주립대에서 스포츠경영 석사를 마쳤다. 코오롱 스포츠단 스포츠마케팅팀, IMG 골프 디비전 팀장, 2015 프레지던츠컵 운영팀장을 거치며 스포츠 조직 운영과 현장 시스템을 몸으로 익혔다. 이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아시아·태평양(APAC) e스포츠 총괄로 활동하며 오버워치 리그의 탄생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졌고, 글로 황금성게임랜드 벌 e스포츠 리그 구조의 장단점 역시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그는 ‘스포츠마케팅 쪼개기’ ‘e스포츠마케팅 쪼개기’를 포함해 여섯 권의 실용서를 낸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의 긴장·갈등·감정선은 실용서로는 결코 담을 수 없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서사문학에 도전했다.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은 선수·코칭스태프·프 무료릴게임 런트·리그 운영진 간 얽힌 이해관계, 게임 IP(지식재산권) 수명 변화에 따른 산업 구조의 흔들림, 팬덤 여론과 소비 패턴이 팀 운영에 미치는 영향 등 e스포츠 산업의 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인공 ‘하이건’이 겪는 실패와 재기 서사는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해온 선수들의 커리어 단절, 리그 축소·해체, 세컨드 커리어 부재 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했다.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이 상무는 “수많은 재능이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봤다”며 “두 번째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리스폰(respawn)’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상무와의 일문일답.



이승용 젠지e스포츠 글로벌 전략·신사업 총괄 상무가 지난 20일 서울 선정릉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경탁 기자


─소설을 쓰기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장면·사건이 동기가 됐나.
“스포츠와 e스포츠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가장 큰 문제는 ‘화려한 무대 뒤에 가려진 생존 경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데뷔조차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들, 리그 구조 변화로 하루아침에 팀이 해체되는 상황 등을 반복해서 보면서 업계의 이면을 기록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실용서로는 현장의 감정·갈등·밀도를 담기 어렵다고 판단해 처음에는 웹소설로 연재를 시작했지만, 산업의 구조적 현실을 더 깊게 전달하기 위해 장편 소설로 확장했다. 이 문제의식이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의 출발점이었다.”
─주인공의 실패·재기 서사에 작가 본인의 경험이 투영됐나.
“하이건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의 감정선은 제가 업계에서 직접 경험한 책임감·압박·좌절·회복의 감정들과 맞닿아 있다. 오버워치 리그가 성장·쇠퇴하는 전 과정을 총괄하며, 종목의 흥망이 선수·코칭스태프·프런트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봤다. 특히 리그 운영자로서 느끼는 무게감, 조직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결과에 대한 부담감은 제 경험에서 온 부분이 많다. 이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하이건의 내면 서사로 들어갔다.”
─‘두 번째 기회(리스폰)’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게이머는 대부분 10대에 인생을 올인하지만, 데뷔 확률은 매우 낮고 생애주기는 짧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사회 복귀를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여러 리그가 종료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진로를 잃었고, 선택지는 종목 전향·코칭·스트리밍 등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 기회’는 단순한 재취업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자신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과정에 더 가깝다. 그 회복 과정이야말로 e스포츠 산업에서 가장 절실한 주제라고 느꼈고, 그래서 리스폰을 작품의 핵심 메시지로 삼았다.”
─소설 속 선수·감독·프런트 간 이해관계 충돌은 현실에서도 동일한가.
“현실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감독·코치는 경기력과 승리가 최우선이지만, 프런트는 수익성과 재정 안정이 우선이다. 프런트는 스폰서 노출과 팬 서비스를 위해 선수를 콘텐츠·이벤트에 투입해야 하지만, 감독은 훈련 집중도 하락을 우려해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e스포츠는 게임 수명이라는 변수가 존재해 리그 존속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재정 압박과 운영 스트레스가 더욱 크다. 소설의 갈등 구조는 업계에서 실제로 반복되는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팬덤이 팀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나.
“e스포츠 팬덤은 긍정·부정 모두 즉각적이고 영향력이 크다. 기량이 흔들릴 경우 악성 여론이 빠르게 형성돼 선수 멘탈과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로열 팬덤의 오프라인 응원·굿즈 소비·이벤트 참여는 팀 존속에 결정적 동력이 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팬들이 자발적으로 굿즈를 구매하거나 지원 캠페인을 펼쳐 팀이 생존 기반을 확보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러한 경험이 소설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프런트가 현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가장 큰 압박은 무엇인가.
“가장 큰 압박은 수익 모델 다각화와 연간 예산 확보다. 다수 리그는 게임사 투자에 기반하기 때문에 리그 자체 수익만으로 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프런트는 스폰서십, IP 비즈니스, 콘텐츠 제작, 아카데미 운영 등 모든 수익원을 확보해 월급·시설비·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 연봉 지급일·숙소·연습실 운영비 등이 한 번이라도 밀리면 팀 존립이 흔들리기 때문에 항상 압박 속에서 일하게 된다. 소설 속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단장’ 묘사는 실제 업계에서도 과장이 아니다.“
─구단의 가장 큰 비용 요인은 무엇인가.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선수 연봉 총액의 비중이 가장 크다. 다만 모든 종목이 롤처럼 높은 연봉 구조를 갖는 것은 아니며 인기·리그 규모·시장 가치에 따라 차이가 크다. 연습실·숙소 등 시설 비용도 상당하지만, 코칭·분석·마케팅·세일즈 등 인력 투자 비중이 크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e스포츠 팀은 인력 집약적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프런트의 보이지 않는 노동 중 독자가 가장 알았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지속 가능성을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선수들이 기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프런트는 계약·예산·스폰서·행정·리스크 관리 등 많은 업무를 담당한다. 하이건이 밤새 계약서를 검토하고 스폰서를 찾아 뛰어다니는 장면은 실제 프런트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팀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노동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전통 스포츠와 비교한 e스포츠의 고유한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e스포츠의 강점은 글로벌 확장성과 디지털 기반 접근성이다. 언어·지역 제약 없이 세계로 빠르게 확산된다. 반면 가장 큰 약점은 게임 IP 수명에 대한 구조적 의존성이다. 롤·스타크래프트 같은 장수 게임은 예외적이며, 대부분의 게임은 1~2년 안에 생태계가 축소된다. 종목의 소유권이 게임사에 있기 때문에 리그 운영·스폰서십·중계권 등 핵심 요소가 IP 홀더 정책에 좌우되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종목 수명과 무관하게 구단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구조가 필요한가.
“핵심은 특정 게임 IP에 종속되지 않는 구단 브랜드의 독립이다. 여러 종목 팀을 보유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구단 브랜드 자체로 IP 사업(콘텐츠·굿즈·교육)을 확장하며, 글로벌 팬덤을 구축해야 한다. 젠지가 아카데미·콘텐츠·유통 등으로 수익원을 확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팀 자체 팬덤이 형성될 때 종목과 무관하게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향후 5년 동안 e스포츠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역별 인기 게임이 더욱 파편화될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남미는 모바일 중심, 북미는 콘솔 중심, 한국·유럽은 PC 중심 등 생태계가 분리돼 있다. 롤처럼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종목은 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별 성장이 합쳐지면 글로벌 시장은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콘텐츠·중계권 가치가 상승하며 미디어 권리 시장이 확대되고, 선수 생애주기 관리·복지·은퇴 지원 시스템도 전문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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